[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한국, 간판기업 이어 국가등급마저 떨어지나

입력 2019-03-24 17:25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 한상춘 기자 ] ‘설마’ 했던 한국 간판기업에 대한 해외 시각이 6개월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국가신용등급마저 위태롭게 할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세계 양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작년 10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에 이어 올해 초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달 들어서는 LG화학과 SK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신용등급 평가는 두 단계다. ‘실제 등급 조정’과 ‘전망’이다. 실제 등급 조정에 앞서 예비 단계 성격인 전망은 ‘긍정적(positive)’, ‘안정적(stable)’, 부정적(negative)’으로 나뉜다. 한국 간판기업에 내린 부정적 평가는 지적한 악화 요인이 개선되지 않으면 6개월 후에는 실제 등급을 내리겠다는 의미다.

이유는 간단하다. 3대 신용평가사는 신용등급을 거시경제 위험, 산업 위험, 재무 위험, 그리고 비경제 요인인 지정학적 위험으로 평가한다. 금융위기 이후 지정학적 위험 비중은 낮아졌다. 한국 간판기업에 문제가 되는 것은 쉽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거시경제 위험과 재무 위험이다.

거시경제 위험은 성장률이다. 예측기관이 보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작년 말까지 평균 2.8%로 잠재 수준을 유지했으나 이달 들어서는 2.5%로 하향 조정됐다. 무디스는 2.1%로 대폭 낮췄다. 소득(GDP) 갭으로 무려 0.7%포인트의 디플레이션 갭이 발생하는 수준이다.

재무 위험도 ‘매출’보다 ‘비용’ 요건 악화에 따른 이익 감소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비용 상승 요인으로는 근로자와 노조 우선 정책에 따른 임금 상승, 법인세 등 각종 세금과 준조세 부담 증가, 대기업일수록 사용자와 대립적 차원에서 추진되는 주주환원 정책 등에 따라 현금 유출이 많아진 점을 꼽고 있다.

또 한국 간판기업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요인을 ‘내부’보다 ‘외부’로 재분류하면 후자가 많은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기업 실력보다는 외부 환경 요인 탓이 더 크다는 것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내놓은 올해 세계 50대 혁신기업 순위를 보면 아시아·태평양권에서 20위 안에 든 기업은 한국이 유일하다. 특히 지속 가능 생존 요건인 ‘창업자 정신(founder’s mentality)’이 높게 평가된 점이 눈에 띈다.

3대 신용평가사가 한국 간판기업에 내린 평가는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 기업의 시각과 맥을 같이한다. 작년 말 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 유럽상공회의소(ECCK) 사무총장이 ‘한국 경제가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지고 있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갈라파고스 함정이란 중남미 에콰도르령(領)인 갈라파고스 제도가 아메리카 대륙으로부터 1000㎞ 이상 떨어져 있는 것에 빗대 세계 흐름(글로벌 스탠더드)과 격리되는 현상을 말한다.

세계 흐름과 동떨어진 사례는 의외로 많다. 정부의 역할이 세계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으나 한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거시경제 목표도 ‘성장’ 대비 ‘소득주도 성장(성장과 분배 간 경계선 모호)’, 제조업 정책은 ‘리쇼어링’ 대비 ‘오프쇼어링’, 기업 정책은 ‘우호적’ 대비 ‘비우호적’이다.

규제 정책은 ‘프리존’ 대비 ‘유니크존’, 상법 개정은 ‘경영권 보호’ 대비 ‘경영권 노출’, 세제 정책은 ‘세금 감면’ 대비 ‘세금 인상’, 노동 정책은 ‘노사 균등’ 대비 ‘노조 우대’로 대조적이다. 명시적인 것뿐만 아니라 일부 정책 결정과 집행권자의 의식 및 가치가 이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다음달부터 세계 3대 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 연례심사가 시작된다. 우려되는 것은 한국 간판기업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국가신용등급이 정체된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서는 선진국 예비명단에서 탈락한 지 4년이 넘었지만 재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경고해온 거시경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성장률부터 끌어올려야 한다. 경기대책도 총수요 관리보다 총공급 중시 수단이 효과적이다. 케인지언 방식대로 재정지출을 늘릴 경우 해외 누수로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감세, 경영권 방어, 규제 완화 등으로 경제주체가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파고들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갈라파고스 함정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켜 나가야 한다. 한국 경제처럼 대외환경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것이 생존 과제다. ‘대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급변하는 세계 흐름을 읽지 못한다면 선진국 문턱에서 추락해 ‘중진국 함정(MIT: middle income trap)’에 빠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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